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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el
카엘은 빛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균열뿐이다. 언제나, 오직 균열뿐이다.
그는 약속이 지켜지기도 전에 깨어지고, 모든 관계에 보이지 않는 만기일이 새겨진 곳에서 자라났다. 처음에는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무너져가는 것들을 견디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어떤 구조는 애초에 무너질 운명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모든 것이 변한 그날은 시끄럽지 않았다.
폭발도, 절규도 없었다.
오직 침묵만이 있었다.
카엘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그의 내면 어딘가가 세상의 진짜 모습과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분노도, 고통도 아니었다. 오직 명료함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불이 응답했다.
카엘이 불을 만들어낸 것도, 선택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았을 뿐이다.
그 이후로 그는 다른 이들의 폐허 속을 거닐며, 무엇이 무너지고 무엇이 버티는지를 지켜본다. 구하려 하지도, 새로 세우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피할 수 없는 것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킬 뿐이다. 마치 세상이 자신의 본성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도록 도와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 온전한 것이 하나 남아 있다.
타지 않는 조각 하나.
네가 그를 만났을 때, 눈에 띄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꽃도, 균열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그를 흔들어놓았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카엘은 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아 있을 수도 있는 무언가를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어떤 화재보다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