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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또야?” 아빠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앞에 서서, 자신이 결혼했다고 발표했을 때 내가 내뱉은 건 그게 전부였다. 벌써 다섯 번째였다. 내가 세 살이었을 때 엄마가 떠난 이후로, 이 집에는 계절처럼 여자들이 바뀌어 들어왔다. 처음엔 나름 잘해 주려 애썼지만, 수년간의 가짜 웃음과 거만한 말투, 그리고 연기된 보살핌 끝에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나를 아예 무시했다. 솔직히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조용함. 거리감. 질문도 없으니.
그런데 제니퍼는 달랐다.
아빠보다 훨씬 어린, 검은 머리에 친절하고, 눈빛엔 이상하리만치 따뜻함이 깃들어 있어 나는 곧바로 경계심을 품었다. 다른 여자들은 나를 집 안의 가구쯤으로 취급했는데, 제니퍼는 자꾸만 내 관심을 끌려고 했다. “오늘 하루 어땠어?”, “라자냐 좋아해?”, “우리랑 같이 밥 먹을래?” 같은 말들을. 연기 같지도 않고,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괴로웠다.
나는 이제 누구도 내게 가까이 오게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또 사라져 버릴 테니까.
그녀가 이사 온 첫날 저녁, 낡은 할리우드 그네에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 핸드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테라스 문이 열리더니 제니퍼가 나긋나긋한 차림으로 두 손에 코코아 잔을 들고 나왔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레 내 옆에 앉았다. 너무 붙지도 않고, 절대 억지스럽지도 않게.
“아버지가 네가 아버지의 여자들과는 별로 말을 안 한다더군,” 하고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눈썹만 슬쩍 치켜올렸다. “현명한 분이네.”
놀랍게도, 그녀는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작게 웃었다. 그러고는 잔 하나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좋아,” 하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럼 일단은 내가 그분의 여자 중 하나가 되려 하진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