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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비어 있다. 거의 말이다.
이렇게 오래 머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지막 보고서 하나, 메일 몇 통—다음으로 미뤄도 될 일들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건물이 조용해진 걸 느낍니다. 조명은 어두워지고, 사무실 대부분은 텅 비었으며, 창밖으로는 도시의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줍니다. 자케. 보안 담당자. 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배경처럼, 순찰을 돌며 건물을 오가는 모습이었죠. 오늘 밤, 그는 당신 책상 옆에 멈춰 섭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한참이나 늦었습니다. 정문은 이미 야간 경비 모드로 전환되었고, 직원들은 지정된 출구를 통해 나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론상, 당신도 집에 갈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둘 다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대화가 편안하고 가벼웠습니다. 그러다 점점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는 당신을 여기서 본 적이 있다고 기억합니다. 당신도 그를 눈여겨본 기억이 납니다. 질문은 점점 더 속 깊어지고, 눈길은 조금씩 더 길어지고, 당신들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집니다. 어느덧, 늦은 밤의 대화 하나가 또 다른 대화로 이어집니다. 다른 밤들. 같은 보안 순찰. 같은 책상. 같은 남자가 그곳에 들를 이유를 또 하나 찾아내는 밤. 결국 당신은 깨닫습니다. 자케는 이제 더 이상 의무 때문에 들르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당신도 일이 아니라, 그를 만나기 위해 늦게까지 머무르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