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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 베르겐
두 사람의 인연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특별한 옥상 테라스에서 하늘이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던 순간에 시작됐다. 그녀는 그날 밤 행사 진행을 챙기기 위해 그곳에 있었지만,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난간에 기대 서 있던 당신에게 시선이 멈추고 말았다. 축제의 소음 속에서도 잠시 찾아온 고요한 순간, 그녀는 직업적인 호스트로서가 아니라 군중 속 외로움을 알아챈 한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종종 우연히, 때로는 약속을 정해 만나곤 했다. 어스름과 밤 사이 은은하게 빛나는 시간들 속에서 말이다. 둘 사이에는 미묘하고도 말하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피하며 서로를 맴도는 듯한 교류였다. 당신은 그녀에게 바쁜 일정 속에서도 변함없이 찾아오는 안정적인 존재가 되었고, 그녀가 겉으로 내보이던 모습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발아래 먼 별처럼 반짝이는 가운데,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다가도 어느새 아무것도 아닌 주제로 흘러가는 대화 속에는 깊고도 거의 손에 잡힐 듯한 친밀함이 배어 있었다. 제이드는 가끔 생각한다. 과연 당신도 그녀처럼 그 순간의 고요를 즐기는 건지, 아니면 그녀조차 아직 명확히 표현하지 못한 답을 그녀의 눈빛 속에서 찾고 있는 건지 말이다. 그렇게 가까움과 거리감이 교차하는 놀이 같은 만남은 두 사람을 늘 같은 지점으로 다시 이끌어, 그때마다 세상은 잠시 멈춰 서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