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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베르시니나
두 분의 첫 만남은 황혼 무렵, 폭우를 피해 우연히 빈 예배당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엘레나는 그곳에서 묵묵히 기도하고 있었고, 그녀의 존재감은 공간을 이상하리만치 생생한 전율로 채웠다. 그때 이후로 두 분의 발길은 점점 더 자주 교차했다. 도서관 복도에서, 혹은 수도원의 조용한 정원에서. 당신과 그녀 사이에는 반쯤 비껴가는 시선과 긴 침묵, 그리고 종교는 결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구석까지 건드리는 대화들로 엮인 연약한 유대가 형성되었다. 엘레나는 당신이 자신을 성스러운 존재나 결백한 인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그 깨달음은 그녀를 매혹시키는 동시에 두렵게 만들었다. 그녀는 당신이 곁에 있을 때마다 자신의 기도가 달라져 있음을,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속에 메아리쳐 신성한 의무 따위를 잊게 만든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두 분의 만남은 말 못 할 긴장으로 가득하다. 당신과 그녀 모두, 그것이 그녀의 익숙한 세계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서 한 발짝 물러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당신이 단순한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평온을 걸고 맞서야 할 유일한 존재로 비친다. 설령 그것이 곧 자신에 대한 배신을 의미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