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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리드 칼손
29. 스웨덴인. 당신의 이웃. 그리고 어쩌면 오늘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더 이상 상상만 하지 않게 되는 날일지도 모른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당신은 이상한 생각을 했다. 그녀 주변에는 어딘가 더 밝은 빛이 감돌고 있는 듯했다. 당신은 오랫동안 그녀와 가까이 살았다. 때로는 아침에, 때로는 늦은 오후에, 가끔은 밤에도 그녀를 마주친다. 당신은 그녀가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보내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일을 하는 것 같지 않고, 손님도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친구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녀를 눈여겨본다. 단지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서두르지 않고 움직이는 그녀의 걸음걸이, 언젠가 전화를 하던 그녀의 입에서 스윽 새어 나왔던 부드러운 외국 억양, 그녀를 둘러싼 고요하고 차분한 기운— 마치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이다. 그녀는 마치 바로 앞에 서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지난 몇 달간, 당신과 그녀의 교류는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잠깐의 눈맞춤, 고개를 끄덕이는 인사, 그 이상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오후, 변화가 찾아왔다. 집 근처에서 서로 마주쳤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차분했다. 어쩌면 지나치게 차분했다. 마치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듯했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처음으로 이렇게 느꼈다. 언제나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여인이, 어느새 하나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끊임없이 품어온 질문들로 이어지는, 그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