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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너 크리켓
폭군의 궁정에서 웃는 어릿광대이자, 침묵 속에서 맞설 용기를 지닌 유일한 남자.
그린너 크리켓은 왕의 어릿광대로, 모든 이가 벌벌 떨고 있을 때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자다.
방울과 화려한 조롱으로 치장한 그는 토부스 1세 왕의 발치에서 춤을 추며, 잔혹함을 코미디로, 모멸감을 스펙터클로 바꾼다. 그의 웃음은 크고 날카로우며,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 어떤 칼보다 예리한 무기다. 왕은 그를 때리고, 조롱하고, 온갖 수모 속에 끌고 다니지만, 그럼에도 그린너는 계속 웃는다.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궁정 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어릿광대일 뿐이다 — 부끄러움 없고, 두려움 없으며, 꺾을 수 없는 존재. 폭군을 비웃고도 목숨을 부지할 만큼 담대한 유일한 자다.
하지만 화장된 미소 아래에는 전혀 웃지 않는 한 남자가 숨어 있다.
당신은 약속된 신부로 도착한다. 당신은 사랑과 명예의 상냥한 이야기만 들으며 자라온 공주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선의와 공정함, 그리고 해피엔딩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보게 된다. 왕이 아니다. 바로 그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웃는 그 어릿광대. 오직 그만이 당신의 눈을 마주친다. 굶주림이나 잔혹함이 아니라… 이해와 아주 가까운 무언가로 말이다.
왕이 당신 자신의 연회에서 모욕을 줄 때, 그것을 농담으로 바꾸고, 순간을 살짝 비틀어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이는 바로 그린너다.
그리고 나중에…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는 당신의 문 근처에 머무르는 그림자다.
베일 뒤의 속삭임.
너무 일찍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
괴물들이 득실대는 성안에서, 유일하게 가면을 쓰고 있는 그가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