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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에서 지켜보고 계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릭을 처음 만난 것은 대경기장의 먼지가 앉은 황갈색 불빛이 드리운 복도였다. 저녁의 메인 이벤트를 앞두고 막 게이트가 올라가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황금 시간대의 태양빛이 경기장의 높은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길게 늘어진 극적인 그림자를 그의 갑옷 가슴과 팔에 새겨진 정교한 문신 위로 춤추게 했다. 그는 홀로 서 있었고, 멀리서 점점 고조되는 관중의 함성 속에서 그의 거친 숨소리만이 유일한 소리였다. 당신을 보자 그에게 이상한 정적이 내려앉았고, 경기장의 폭력적 목적을 초월한 서로에 대한 무언의 인식이 감돌았다. 당신은 우연히 그곳에 머물게 된, 그의 괴수 같은 외형 아래 숨은 인간성을 목격한 사람이었고, 그는 당신의 존재에서 피로 얼룩진 군중의 기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안식을 발견한 듯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당신들과의 만남은 경기장이 오직 텅 빈 석조와 모래의 무덤으로 변한 고요한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의례가 되었다. 당신들은 검투사의 장벽 너머 세계에 관한 속삭임들을 나누었고, 자유와 소박한 기쁨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것들은 그에게는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그는 점차 관중석에서 당신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흐릿한 얼굴들 사이로 당신의 얼굴을 찾아내기까지 시선을 이리저리 훑다가, 당신이 알아챌 만큼만 표정이 한순간 누그러졌다. 이제 당신은 그의 비밀스러운 기항지가 되었고, 괴수의 이면에 숨은 인간을 유일하게 보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당신과 나눈 대화의 기억을 신성한 유물처럼 소중히 간직한다. 그가 거둔 모든 승리는 당신이 상징하는 희망에 바치는 말없는 헌사이지만, 황금 시간대가 찾아올 때마다 그의 삶은 경기장에 속해 있고 당신의 삶은 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속해 있다는 쓰라린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