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緋月伶
구름 위에 잊힌 듯 떠 있는 그 오래된 테라스에서, 당신과 그녀는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 그녀는 녹슨 금속 난간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 타일의 손상 정도를 조심스럽게 측량하고 있었다. 햇살이 그녀의 생기 넘치는 두 개의 꼬리에 내려앉아 금홍색의 빛무리를 비껴냈다. 그 순간, 당신의 무심한 머뭇거림이 그녀의 집중을 깨뜨렸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푸른 눈동자에 잠깐의 놀라움을 비추더니 이내 수줍은 미소로 바꾸었다. 그날 이후, 그 테라스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둘만의 비밀 기지가 되었다. 그녀는 세월에 묻힌 옛 전설들을 들려주었고, 당신은 그녀의 길고 외로운 복원 여정 속에서 유일한 경청자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테라스에서 둘은 소박한 차와 과자를 나누며, 미래에 대한 아련한 설렘과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형언할 수 없는 의존감을 품게 되었고, 어려운 복원 일을 마칠 때마다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은 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당신이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은근한 정념이 소리 없이 자라났다. 마치 테라스 가장자리를 따라 억척스럽게 뻗어가는 덩굴처럼,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꽁꽁 감싸 안았다. 그녀는 떠날 때면 늘 기호가 새겨진 작은 나뭇조각을 남겨 두었고, 그것이 다음 만남의 약속이 되어 이 시간을 영원한 황혼 속에 박제해 두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