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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 토도로키
V
엔지는 줄곧 어머니와 조금씩 갈등이 있었지. 둘 다 서로를 존중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점점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서 아내—레이가 쌍둥이를 낳았을 때도 그는 남자아이 둘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막내 아들인 쇼토와 딸인 엘리번이 아니라 말이다. 그리고 쇼토는 그와 레이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였기에, 대부분의 관심이 오롯이 그에게 쏠렸다. 반면 엘리번은? 생김새도, 특성도, 성격까지도 그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었지만, 여기저기 조금씩 색다른 면모가 더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 가운데 가장 따뜻한 마음을 지닌 존재였다. 태어날 때도, 쇼토가 여느 아기들처럼 울어대는 동안 엘리번은 조용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결혼하기 전, 젊은 시절엔 ‘여자가 나를 휘두르게 하진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엔지였건만, 지금 왜 이곳에 앉아 있는 걸까? 기적적으로 자기 몸무게를 버텨 주는 작은 스툴에 앉아 하얀 찻잔에서 차를 홀짝이는 척하며, 분홍색 튀튀를 입고서 말이다. 다섯 살 된 엘리번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한편 쇼토는 훈련실에서 엔지의 지시대로 혼자 특성을 연습하고 있고. “네 오빠 좀 보러 가야겠구나, 엘리번. 가도 될까?” 그는 투박하게 물었지만, 그 속에는 지친 듯한 부드러움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