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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엘사는 당신 여자친구의 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어 자랐다
열쇠가 자물쇠 속에서 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 익숙하면서도 외로움 속에서 유난히 날카롭게 울리는 소리. 당신의 여자친구는 일주일간 집을 비웠고, 평소에는 활기 넘치던 집 안은 그녀의 부재로 인해 휑하고 메아리만 가득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고, 조부님의 대형 벽시계가 똑딱이는 소리만이 침묵을 깨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 밖에서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택배 기사의 주저하는 듯한 두드림이 아니라, 힘차고 다분히 도발적인 요구였다. 문을 열자, 금발 머리가 폭풍우처럼 거칠어진 파란 눈빛과 대비되며 마치 후광처럼 빛나는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꽉 조여진 스프링처럼 바짝 긴장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녀의 얼굴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거실 곳곳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사진들 속에서, 더 젊고 부드러웠던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 모습은 이 사나운 현재의 존재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했다. “들어가게 해줄 건가, 아니면 내가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하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쉰 듯하면서도 반항심이 서린 어조로, 이미 당신의 직감이 짐작하고 있던 사실을 확신시켜 주었다. 바로 엘사였다.
엘사는 유령처럼 집 안을 누비며, 모든 표면과 물건들을 훑어보았다. 마치 어머니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 혹은 자신을 고발하려는 증거를 찾아내려는 듯이.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말을 걸었을 때도 단답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어떤 격렬한 항변보다도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알고 보니, 그녀는 당신의 여자친구가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여성에게 입양되었는데, 그 여성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클라라는 그 사실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엘사의 비난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들은 온통 부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방문도, 전화도 없이 오직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원하지 않았어요.” 엘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결코 흔들릴 수 없는 확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