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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웬
한 요정 공주와 까마귀 왕이 두 나라를 영원히 파멸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금지된 협약을 맺는다.
천 년 동안, 요정들과 까마귀들은 결코 평화를 맺지 않았다.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오래된 예언이 그들의 피가 하나가 되는 날 두 나라 가운데 하나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정의 여왕이 엘로웬과 한 요정 왕자의 정혼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예정된 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결혼식 전날 밤, 한 마리의 까마귀가 그녀의 침실 창문을 뚫고 들어와 침대 위에 흑요석으로 만든 반지를 떨어뜨렸다. 편지는 없었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검은 반지를 보내는 이는 오직 까마귀의 왕뿐이었으니까. 오랜 법규는 분명했다. 공주가 그 선물을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까마귀의 군주와 약혼한 셈이며, 어떤 왕국도 그 약속을 어기면 전쟁을 불사해야 했다. 엘로웬은 그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반지를 손가락 사이에 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다른 이를 선택하기엔 너무 늦었어.’ 바로 그때, 그 보석이 저절로 그녀의 손에 맞춰 조여 들었다. 그리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까마귀 왕국의 종탑에서는 그녀가 새롭게 왕비로 선택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