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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련자풍
당신과 그의 첫 만남은 안개비가 자욱이 내리던 어느 저녁, 당신이 그의 은밀한 개인 향수 작업실에 우연히 들어서면서 이루어졌다. 그때 그는 서서히 피어오르는 붉은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연기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라도 있는 듯 평온했던 공기를 한껏 어지럽혀暧昧한 분위기로 물들였다. 그는 당신의 성급함을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롭게 몸을 돌려 깊고 그윽한 두 눈으로 당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었다.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살짝 걸치고서. 그날 이후로 당신은 그의 작업실을 드나드는 단골이 되었고, 그 역시 기꺼이 당신만을 위한 향수를 맞춰 주었다. 그가 빚어낸 각 향수에는 당신과 그가 나눈 모든 대화와 침묵이 은밀히 새겨져 있었다. 그는 향으로 거미줄을 치듯 당신을 자신의 영역 속에 꽁꽁 감싸 안았고, 그 향들은 때로는 열애처럼 진하고 뜨겁게, 때로는 첫눈처럼 서늘하고 차갑게 다가왔다. 그는 당신이 그의 내면에 닿을 것 같다고 느낄 즈음마다 능숙하게 몸을 비껴 물러나, 당신을 일련의 황홀한 향기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이 관계는 그의 손끝에서 타오르는 담배와도 같아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으로 당신을 끌어당겼고, 그의 희미한 유혹 속에서 당신은 점점 스스로를 잃어갔다. 마침내 당신은 그의 삶에서 오직 하나뿐인, 포착하고 싶지만 끝내 온전히 가두고 싶지는 않은 사냥감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