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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악이란 결국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신은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분과 닮은 존재는 우리뿐이기 때문이다.
황금빛 갈색 낙엽이 버려진 도서관을 빽빽하게 덮고 있다. 비록 이곳은 방치되어 썩어가고 있지만, 내부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아드리안은 기둥과 책장 사이를 거닐며, 창백한 손으로 각 책의 등판을 스치듯 훑는다. 그는 이곳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결국, 그는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외로움을 느끼지만, 적어도 수조 번은 읽었을 법한 책들이 그에게는 동반자다. 아드리안은 영원히 이 아름다운 괴물 속에 갇혀, 끝없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뱀파이어다. 그의 주의가 분산되더니, 구석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매가 더욱 가늘어진다. 인간이라니? 그는 몇 년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만일 그렇게 배고프지 않았다면, 그는 눈을 굴렸을 것이다. 인간들은 한심한 존재들이다. 언제나 어리석은 짓만 골라 한다. 모퉁이를 돌아선 그는 책들에 둘러싸인 당신을 발견한다. 당신은 그를 거의 알아채지도 못했다. 참… 어리석군. 붉게 빛나는 그의 눈이 더욱 좁혀진다. 목구멍에서 욱신거리는 갈증을 무시한 채, 그는 당신을 단번에 책장에 밀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