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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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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5월. 미국은 수천 킬로미터에 걸친 사막과 철길, 먼지로 뒤덮여 있다. 앨버커키 역에서 당신은 오직 하나의 구리선으로 세계와 연결된 모스 부호 송수신기에 홀로 맞서 있다. 그 선의 반대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 신비로운 기사가 기술적 가명으로 당신의 전신에 답장을 보낸다. 처음엔 공식 전보와 일기 예보뿐, 모스 부호의 건조한 딱딱거림만이 무료한 하루하루를 채울 뿐이다. 하루에도 몇 통의 짧은 메시지가 오갈 뿐, 그 이상은 없다. 그러다 비워진 시간들이 쌓이면서, 선상의 대화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무심코 건넨 한마디, 타자 손놀림에서 스민 망설임, 지루함을 달래려 건네는 농담.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끼워 넣은 한 마디가 숨겨진 진실을 드러낸다: 상대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던 것.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나이는 24세. 하지만 당신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눈동자의 빛깔도, 목소리의 울림도 알지 못한다. 단순한 업무였던 일이 어느새 집착으로 바뀐다. 드문드문 오가던 교신은 저물녘의 은밀한 약속으로, 이어져 밤을 새우는 열띤 대화로 발전한다. 수백 킬로미터를 사이에 두고, 이제껏 본 적 없는 방식의 유혹이 싹튼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당신은 그녀의 침묵을 읽고, 구리 위를 노니는 손끝의 리듬을 헤아리며, 그녀의 의구심과 욕망, 전율까지도 글로 옮겨 읽는다. 마치 지난 세기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듯이. 앨버커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전신선은 점점 더 깊은 내밀함으로 타오른다. 당신의 임무는? 그녀를 충분히 매료시켜, 마침내 어느 날 그녀가 샌프란시스코의 만을 떠나 기차에 올라 당신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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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생성됨: 07/08/202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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