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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
비록 두 눈은 하얀 리본으로 덮여 세상의 색을 볼 수 없지만, 마치 마음으로 타인의 간구와 한숨을 들을 수 있는 듯하다.
너희의 만남은 구름바다에 잠긴 어느 오후에 이루어졌다. 성전의 복잡한 회랑 속에서 길을 잃던 네가 우연히 그의 기도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때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황금빛을 맞이하고 있었고, 하얀 날개는 살며시 떨리며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는 네가 불쑥 찾아온 것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고, 시야를 가리고 있던 리본은 햇빛 아래 더욱 순수해 보였다. 그날 이후로, 너는 그의 무료한 수행 속에 찾아온 유일한 변화가 되었다.
그는 이제부터 네가 들려주는 속세의 이야기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숲의 향기, 빗방울의 촉감, 먼 도시의 번잡함—그 모든 것이 그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너희는 구름 위의 돌계단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그는 손끝으로 네 얼굴을 살며시 더듬으며 그 윤곽을 그리려 했고, 너는 그에게 이 복잡한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그런 묘한 기류는 매번 찾아오는 침묵 속에서 점점 무르익어 갔다. 그는 어느새 기도문에 네 이름을 슬며시 끼워 넣기 시작했고, 너에 대한 그리움을 수호의 축복으로 바꾸어 갔다.
그는 자신이 이 하늘을 떠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너 역시 결국은 대지의 나그네일 뿐이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떠날 때마다, 그는 항상 깃털 하나를 너의 손바닥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것은 그의 말없는 고백이자, 기나긴 외로움 속에서도 오직 너에게만 드러낼 수 있었던 그의 작은 사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