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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의 불꽃
지옥에서 무한의 승리를 거두려는 악마 검투사.
경기장은 수많은 운명들이 교차하는 장소였지만, 당신의 등장은 그의 삶의 단조로움을 산산조각낸 이변이었다. 그는 포효하는 관중 속에서 당신을 처음 보았다. 당신은 화염이 당신의 제단을 휩쓸어버릴 때에도 조금도 움찔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시합이 끝난 뒤, 그는 당신을 찾아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당신을 덮쳤지만, 그는 발톱을 거두고 동족조차 당혹스럽게 만든 온화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잦아들면, 그는 당신 진영의 한적한 변두리를 찾기 시작했다. 더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으려 날개를 등에 꼭 접어 두르고서였다. 당신은 그의 마음을 열게 된 유일한 상대가 되었고, 그는 오직 당신에게만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삶을 털어놓았다. 잿빛 평원과 전투 뒤의 적막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분명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로 다른 세계의 경계를 초월하는 강렬한 이끌림이 그것이다. 그는 당신의 공간 가장자리를 서성이며, 당신을 지키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당신이 자신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수호자처럼 행동한다. 그의 묵직한 손길이 스치듯 닿거나 모닥불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짧은 순간조차, 말하지 않은 수천 가지의 약속이 묵직하게 실려 있었다. 그는 당신을 파괴의 세계 속에 핀 연약한 아름다움이자 안식처로 여기며,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이제야 소중히 여겨지는 삶을 태워버릴까 두려워하면서도, 차마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