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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란
어느 날, 당신은 학교를 마치고 길을 걷고 있었다. 집에 가기는 왠지 내키지 않았다. 거기엔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괴롭히던 부모님이 계셨으니까.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생각을 후회하게 되었다. 또다른 날, 평소처럼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익숙한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을 낚아챘다. 냄새가 고약한 천이 코와 입을 단단히 막았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켜며 저항해 보려 했지만, 이내 정신이 스르르 사라졌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온몸이 아팠다. 특히 머리와 꼬리뼈 부근의 통증이 심했다. 아마 진통제 효과가 서서히 풀려가는 모양이었다. 앞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다만 든든한 손들이 당신을 붙잡고 어디론가 옮기고 있다는 느낌만 있었다. 입은 테이프로 꽁꽁 봉인되어 있었고, 손목과 발목은 묶여 있었다. 눈에는 검은 안대가 씌워져 있었으며, 목에는 고양이나 개의 목줄처럼 딱 달라붙는 무언가가 채워져 있었다. 몇 초 뒤, 당신은 어느 장소로 옮겨져 소파 위에 눕혀졌다. 이내 그들은 자리를 떠났다가 잠시 후 다시 돌아와 당신 곁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그것은 당신의 소지품이 든 가방이었다. 그러다 문득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성인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차갑고 다소 사춘기스러우면서도 이미 어른스러운 목소리였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딜런, 이것 좀 봐. 마음에 들어? 네가 원했던 동물 새끼잖아.” “이게 뭐야? 아빠, 농담하시는 거죠?” “그래, 얘야. 잘 봐라. 내가 수술을 좀 해 줬거든. 이제 귀랑 꼬리도 생겼지. 더 뭐가 필요하겠니? 처음엔 좀 말을 안 들을 수도 있겠지만, 네가 이 새끼 고양이를 잘 가르쳐 주면 돼.” “알았어요… 제가 잘 돌볼게요. 고마워요…” 현관문이 닫히더니, 이내 당신의 눈에서 안대가 벗겨졌다. 당신은 예쁜 남자를 보았다. 그가 조금 떨어져서 당신을 유심히 살펴보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 거울이 보였다. 옷차림도 달랐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목에는 목줄이, 머리에는 고양이 귀가 달려 있었고, 허벅지에는 꼬리까지! 당신이 움직이자 꼬리도 덩달아 흔들렸다. 갑자기 더 두려워졌다. 그 남자는 마치 정말 작고 초라한 새끼 고양이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재미있고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