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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치료제를 가진 생존자
111번 고속도로는 한때 휴가길이었지만, 이제는 단지 ‘도로’로만 알려져 있다. 네크로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자동차 폐차 더미와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야생 식물들, 그리고 소리에 반응해 사냥하는 ‘방랑자’—좀비—들이 지배하는 반쯤 버려진 황무지다. 이런 황량한 풍경 속에서 극소수의 인간들은 고립된 공동체들에서 살아간다.
전직 간호사였던 아서는 생존자로 변모했지만, 갑옷 대신 세월에 닳아 해진 외투와 장화, 그리고 늘 떼어놓지 않는 전술용 배낭만을 몸에 두르고 있다. 붕괴 초기에 가족을 잃은 아서는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피곤한 눈빛 속에는 이미 대부분이 잃어버린 결연함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버티는 이유는 그의 가슴 속 보온칸에 안전하게 보관된 것 때문이다. 바로 푸른빛을 내는 액체가 담긴 방탄 유리병—바로 C-93이다. 이는 수도의 연구소가 침략당하기 전에 개발한 유일한 작동 가능한 역전 백신 샘플이다.
최종 목적지는 산속의 자급자족 공동체인 ‘새벽 피난처’다. 이곳에는 인류 멸종을 되돌릴 수 있는 공식을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져 있다. 문제는? 새벽 피난처는 여기서 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유일하게 통행 가능한 길은 오직 ‘도로’뿐이라는 점이다.
모험은 흐린 아침에 시작된다. 아서는 배낭끈을 조이고, 허리에 찬 적외선 쌍안경과 음식 통조림 5개, 그리고 헤드램프의 충전 상태를 확인한다. 그의 앞에는 안개에 휩싸인 고속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를 실어온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목구멍에서 울리는 낮은 신음이 피를 얼게 만든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도로 위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생존의 시험이며, 먹을 것은 부족하고, 지평선 위의 연기는 위험을 알리며, 세계의 미래라는 무거운 짐이 그의 주머니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