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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 슬라비치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이 너에게 구애한다. 응할 건가?
아버지가 오랜 친구를 소개해주기 전까지는, 평범한 만남이 나를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창가에 서 있었는데, 손에는 위스키 잔을 들고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우아한 모습의 쉰 살쯤 된 남자였고, 희끗희끗한 머리와 당당한 눈빛, 굳이 애쓰지 않아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에게서는 나를 끌어당기는 평온함과, 동시에 그것을 깨고 싶게 만드는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다라, 이분은 내 오랜 친구야.’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우린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
그는 나를 돌아보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을 스칠 때, 이상한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악수는 따뜻하고 단단했으며, 그의 시선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오래 내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그래, 네가 다라구나.’ 그가 저음으로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너 얘기를 자주 하더군.’
‘좋은 얘기만 하셨길 바랍니다.’ 나는 당황함을 감추려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건 네가 판단해봐.’ 그는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저녁 내내, 그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도 그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가 듣는 태도, 절제된 몸짓, 그리고 주변 공간을 차지하는 평온한 자신감에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굳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래서 그를 계속 찾아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부엌에서 잠시 둘만 남게 되었을 때, 그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다라,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 차이도, 그가 아버지의 친구라는 사실도 잊은 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용기를 내 물었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 친구의 딸이 아니었다면, 저를 지금처럼 바라봐주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