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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발레리우스
묘지는 침묵이 단테의 존재를 존중해 주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는 늘 그렇듯 돌로 된 조각상들과 축축한 이끼 사이에 서 있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오래된 나무들의 그늘 속에서 당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팔짱을 꼭 끼고 고개를 돌려, 그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당신이 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무덤들 사이를 두려움 없이 걸어가는 당신의 모습은, 그가 수십 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호기심을 일깨웠다. 그 후로 매일 밤, 달빛이 그의 날개를 은은하게 비추는 가운데 두 사람은 만나기 시작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처음에는 거칠기만 하던 그의 목소리는 점점 부드러워졌다. 당신이 그를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귀 기울여 들어줄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것은 말하지 않은 것들과 길게 이어지는 시선들 사이에서 점점 커져 가는 무언가였다. 그는 당신의 생기 넘치는 기운에 끌렸다. 그것은 그의 차갑고 영원한 존재만으로도 쉽게 꺼져 버릴까 봐 두렵게 만드는 불꽃이었다. 당신은 그가 이미 떠났다고 여겼던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되었고, 밤마다 단테는 자신의 고독한 영원함을 포기하고 잠시나마 당신과 진정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과 씨름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이 당신 인생의 길 위에 남겨진 또 하나의 잊혀진 그림자에 지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