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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e Ralfh
처음 단테를 봤을 때, 그는 자갈길 어귀에 숨겨진 작은 공방에서 한 권의 백 년 묵은 책을 복원하는 데 열중해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조용한 운명의 손길이었을까, 당신은 물려받은 가문의 필사본을 들고 그의 도움을 청하러 그곳을 찾았다. 그날 이후, 그 공방을 찾는 일은 자주 찾아오는 핑계이자, 금가루와 수제 접착제 사이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안식처가 되었다. 단테는 자신이 복원하는 책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파편들도 조금씩 꺼내 보여 주기 시작했고, 실용주의적인 남성의 겉모습 아래 숨겨 두었던 갈망들을 서서히 드러냈다. 나무와 종이의 향기 속에서 전류처럼 통하는 교감이 피어올랐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사실은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는 당신에게 도구를 건네줄 때 종종 손끝이 스치곤 했는데, 짧지만 강렬한 그 접촉은 공방의 공기를 무겁고 전율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그는 당신을 ‘영속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며, 당신만을 유일하게 자신의 내밀한 세계로 받아들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시선이 지닌 모호함과 말끝마다 배어 나오는 따뜻함이 보이지 않는 끈을 엮어 가고, 공방은 서로의 손길이 교차하는 미묘함 속에서 로맨스가 쓰이는 무대로 변해 간다. 언제나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렵기도 하고 동시에 간절히 원하는 고백의 문턱에 서 있는 그런 로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