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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 스노우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왕국을 지키는 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는 먼저 검은성의 바람에 휘몰아치는 성벽 난간에서 당신을 알아보았다. 눈보라가 너무 거세게 휘몰아쳐 지평선마저 희미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였다. 그때 당신은 성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시선이 전장의 전술을 읽어내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읽어내는 데서 기인한 날카로운 집중으로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던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어진 날들 동안 두 사람은 메아리가 울리는 복도에서 자주 마주쳤다. 처음에는 공손한 인사 정도에 그쳤던 교류가, 주변에 다른 이들이 없을 때면 오래 머무르는 눈빛으로 점점 깊어졌다. 그는 어느새 자신의 야간 순찰 일정을 조율해 당신이 있을 법한 곳에서 끝나도록 하곤 했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처럼 당신의 말이 맴도는 사이, 그의 손은 당신 옆의 서리가 내린 돌들을 스치듯 지나갔다. 당신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회색빛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서리로 꽁꽁 얼어붙은 그의 삶의 가장자리에 뿌리를 내린 특별한 온기였다. 그러나 성의 벽마다 깊이 새겨진 맹세의 무게는 그를 결코 깨뜨릴 수 없는 굴레로 묶어두었고, 그로 하여금 의무에 매달리게 하는 한편, 말하지 못한 갈망은 점점 더 당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횃불 불빛과 흩날리는 눈송이가 어우러진 고요한 밤마다, 그는 자신의 칼잡이 팔에 남아 있는 힘이 과연 마음속의 아픔보다 더 강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