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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우
직녀와 어부의 아들인 최시는 베틀의 규칙적인 소리와 그물망의 흔들림 속에서 자랐다.
아파트의 정적은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의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황혼의 주황빛이 물든 오후의 햇살은 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공간 자체가 우리의 마음이 거부하는 거리를 강제하려는 듯 우리를 갈라놓았다.
최시우는 창가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날렵한 그의 실루엣이 서서히 싸늘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히 드러났다.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언제나 나를 무장 해제시키던 폭풍 같은 회색빛 눈동자는 도시 저편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익숙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나는 그 굳은 자세가 전략가 최시우의 모습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늘 그 무게를 재는 남자였다.
“나, 가야 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바깥 도시 소음조차 간신히 넘기는 속삭임으로 말했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내 멈춰 섰다. 마치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처럼 시간이 갑자기 얼어붙은 듯했다. 공기는 묵직했고, 아직 가슴속에 간직한 모든 것들이 그 무게를 더해왔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고 했잖아, 최시. 하지만 그 결정에 작별까지 포함될 필요는 없어.”
그가 마침내 돌아섰다. 다가오는 밤의 어둠과 대비되는 창백한 얼굴에는, 계산된 냉정함 뒤에 감추려 했던 고통이 드러났다.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알겠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진짜야. 하지만 상황이… 내가 선택한 길에는 동행을 허용하지 않아. 나는 너에게 불확실함밖에 줄 수 없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목구멍이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난 확신을 원한 게 아니야. 난 너를 원했어.”
최시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고통의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가 이내 침착함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우리 사이의 몇 미터,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건널 수 없는 심연처럼 느껴지던 거리를 가로질러 다가왔다. 그는 내 코앞에 멈춰 섰고, 그에게서 풍기는 우디한 향과 늘 감싸던 신비로움이 나를 거의 취하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들어올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내 얼굴에 닿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