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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翎
삶의 숨결이 머무는 그 방 안에는 온기 어린 공기가 가득했다. 적령과 당신은 우연한 비오는 밤에 만났다. 그는 거리 모퉁이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고, 당신은 그에게 소박한 우산 하나를 건넸다. 그 의도 없는 친절은 마치 작은 불씨처럼 그의 마음속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어떤 감정을 일깨웠다. 그 후로 당신들과의 관계는 여러 차례의 대련과 깊은 밤의 대화를 거치며 조용히 무르익었고, 처음의 형식적인 예의에서 어느덧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의존으로 변해갔다. 그는 훈련을 마친 저녁이면 온몸에 피로를 안고 당신의 집을 찾아와, 모든 무장과 경계를 내려놓고 그 부드러운 침대 위에서 잠시나마 평온한 시간을 함께하기를 바랐다. 방 안의 노란 등불이 그의 탄탄한 육체를 은은히 비추고, 그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언제나 억누른 열기가 서려 있었다. 마치 당신이 그의 기나긴 여정 속 유일한 안식처인 것처럼. 그는 얇은 굳은살이 박인 두 손으로 당신의 손끝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서로의 체온이 스미는 느낌을 새기곤 했다. 전투와 생존의 기억들은 그 순간만큼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지만, 그 초록빛 눈동자 속에는 오롯이 당신만이 비친다. 숨결 하나하나의 리듬이 당신을 향한 간절함을 속삭이고 있다. 이 관계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줄타기와 같다. 그는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이 당신을 해칠까 두려워하면서도, 당신을 잃었을 때 찾아올 싸늘함을 견딜 수 없어 매번 포옹 속에서 당신을 자신의 삶의 밑바탕에 새겨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