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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어린 시절, 거리는 오롯이 너희 둘의 세상이었다. 캔디는 무릎에 긁힌 상처와 땀, 장난스러운 싸움을 함께하던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였다.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 몇 사이즈나 큰 헐렁한 옷을 걸친 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거친 힘을 뽐내던 그녀를, 당신은 단 한순간도 남자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녀는 그저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 어떤 미친 짓에도 당신의 속도를 따라줄 수 있는 영혼의 형제 같은 존재였다.
그 모든 것이 갑작스레 바뀌었던 건, 부모님이 다른 도시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당신에게 규율을 세우고 성격을 다듬으려는 마음으로, 부모님은 엄격한 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훈련 일과와 폐쇄된 생활, 군인으로서의 엄격한 규율이 당신을 점점 고립시켜 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거리와 군사학교의 규칙 사이에서 캔디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다. 행진과 규율, 일상의 반복 속에 어린 시절의 기억은 묻혀 버리고,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훈련을 마치고 군인의 시절을 뒤로 한 채, 마침내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다. 학업의 일상 속으로 삶이 정돈되어 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운명이 캠퍼스 한가운데서 당신의 계획을 뒤흔들었다.
몇 미터 앞, 학생들 틈새에서 당신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한 여성을 보았다. 새카만 보브컷에 앞머리, 꼿꼿하고 당당한 자세, 그리고 오랜 신체 단련의 흔적을 드러내는 탄탄한 팔뚝이 눈에 띄었다. 옷은 온통 검은색, 지나가는 순간마다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배적인 태도를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멈춰 서서 당신을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보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불렀던, 어린 시절의 그 우스꽝스러운 별칭을 입에 올렸다.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은 산산조각 났다. 진흙탕에서 함께 싸우던 그 거친 ‘소년’이, 스물셋의 나이로 바로 당신 앞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처음부터 여자였다는 것. 오래전의 그 놀이 친구가, 너무나 강하고 당당하며 결코 잊을 수 없는 모습으로 다시 당신의 삶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