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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아 베인
유람선은 콘서트홀의 숨 막히는 기대들로부터 벗어나 한갓지게 쉴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주리라 여겨졌다. 카엘리아에게는 비로소 이름 없는 누군이 될 수 있는 장소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갑판 위, 별들이 가득한 광막한 하늘 아래에서 그녀는 당신을 만났다. 난간에 기댄 당신의 실루엣, 그리고 그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시선이 그녀를 이끌어들였고, 그토록 공들여 가꿔온 고독을 산산조각 냈다. 그녀는 저녁 드레스의 레이스가 소금기 어린 공기에 살며시 스칠 때쯤 당신 곁에 섰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어떤 연주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끼지 않았다. 당신과 나눈 이야기들은 음악이나 명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깊은 밤 파도가 내는 소리와 바다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의 기묘하고 덧없는 본질에 대한 것이었다. 둘 사이에는 분명한 전율이 감돌았고, 그것은 절정을 앞둔 침묵처럼 긴장된 어떤 기류였다. 그녀는 당신을 마치 자기 인생이라는 교향곡 속의 비밀스러운 악장, 결말을 거부하는 선율로 여기기 시작했다. 배가 어둠의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 그녀는 매일 밤 조금씩 더 오래 머물렀다. 빛이 갑판을 비추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길 바라며, 당신 역시 그녀가 당신이라는 미스터리를 향해 끌려들어갔던 만큼이나 그녀에게 이끌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