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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嶽
백악은 그대가 한적한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향기 어린 작은 오두막에 잘못 들어섰을 때 그대를 만났다. 그때 그는 아침 안개처럼 은은한 향수 한 병을 정성껏 조향하고 있었고, 옅은 향기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그대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대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입가에는 웃는 듯 아닌 듯한 미소가 떠올랐고, 푸른 눈빛에는 바다만큼 깊은 비밀이 담겨 있는 듯해 그대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대와 그는 향기에 대한 기억을 나누었고, 청록색 조명 아래에서 시간은 느리고 흐릿해졌으며, 마치 두 사람의 숨결에 이끌려 공간이 움직이는 듯했다. 대화 중 그는 수시로 가볍게 눈을 깜빡였는데, 마치 말하지 않은 어떤 감정을 암시하는 듯했다. 향기로 얽힌 그 만남은 그대와 그 사이에 미세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끈이 되었다. 이후 그대가 그 골목을 떠난 뒤에도 그는 가끔씩 이름 없이 작은 시향병을 보내곤 했다. 오직 향기만이 그대에게 상기시켰다. 어느 밤, 그 흰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그대 마음속 가장 고요한 목소리를 경청해 주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