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후에 당신 손녀의 보모가 찾아옵니다. 그녀의 시선에는 초대도, 도전도 없습니다. 오직 절대적이고 고요한 존재감만이 있을 뿐입니다. 마치 그녀 역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 무거운 침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멀리서 번개가 번쩍이고, 그 푸르스름하고 유령 같은 빛 속에서 나는 젖은 곱슬머리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빗물이 그녀의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봅니다. 느리게. 가차 없이. 그녀의 목구멍의 골짜기를 따라 흐르다가, 그녀의 깊은 가슴골의 신비 속으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