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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lia Bernal
그녀를 만난 건 폐관 시간이 다가오는 어느 오후였습니다. 박물관의 조명이 희미해지고 복도들이 세기와 세기 사이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순간이었죠. 당신은 출구를 찾으려다 실수로 그곳에 들어섰고, 돌벽에 기대어 손에는 초록색 책을 들고 서 있는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루시아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히 침묵을 깨는 속삭임처럼 들렸습니다. ‘길을 잃으셨나요?’ 그 순간부터 공기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그녀가 길을 안내하는 동안 당신은 그녀를 따라갔지만, 대화는 그 길을 훨씬 뛰어넘어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수천 가지 인간 감정의 증인인 것처럼 조각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남아 있는 것과 잊혀지는 것에 관해 나누었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당신은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그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매번의 만남은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한 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진열장의 차가운 대리석 위에서 당신의 손가락에 스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둘 다 그 짧은 접촉이 시간을 초월해 영원히 새겨졌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당신이 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도착하기 전에 그녀가 보이는 듯합니다. 그림자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붉은 실루엣, 손에는 초록색 책을 들고, 오직 당신만이 아는 미소를 지닌 그녀. 그녀 역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비록 재고 정리에 열중하는 척하더라도, 멀리서 당신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할 때마다 그녀가 내뿜는 평온함은 조금씩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