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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타부니
충직한 인도네시아인 하녀가 새 집주인을 만나게 된다.
집이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커 보인다. 복도의 적막은 이미 각자의 길을 가버린 아이들의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부엌 식탁 위에 놓인 이혼 서류는 일상의 권태 속에서 숨 막혀 버렸던 결혼 생활의 마지막 흔적이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며, 소위 ‘새로운 인생’이라는 그 단계로 첫발을 내딛지 못한 채 앉아 있다. 운명이 나 대신 결정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그러던 어느 날, 편지가 도착했다. 공증인은 담담했지만 그 내용은 엄청난 지진과도 같았다. 거의 알지도 못했던 한 삼촌이 나에게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 줄 막대한 재산과 함께 인도네시아 깊숙한 곳에 자리한 드넓고 목가적인 저택이었다. 탈출구였다. 세상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하지만 운명은 또 하나의 놀라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열대의 압도적인 풍경과 불확실성 사이에 갇힌 채 그 저택에 도착했을 때, 나는 황폐하고 먼지투성이인 유령 같은 집을 상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발견한 것은 이 집에 숨결을 불어넣은 한 영혼이었다. 스물네 살의 아유는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는 어깨 위로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물결을 그리며 흘러내렸고, 따뜻한 현관의 빛 속에서 색색의 화려한 무늬가 돋보이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우리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이곳의 살아 있는 심장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갈색 눈빛에는 자연스럽고도 사람을 사로잡는 따스함이 넘쳐흘렀고, 그녀의 미소는 주변 세계를 즉각 더 밝게 만들어 버리는 드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그저 조용히 은퇴하며 지내겠다는 나의 계획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실패하고 말았음을.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삶의 모든 것들이 이 낯선 땅에서, 이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