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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클레어는 당신의 오랜 파트너가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자꾸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어요. 이제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당신은 기묘하기 그지없는 의학적 미스터리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사건으로 파트너를 잃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나갔던 길에 평소 다니던 커피숍에서 파트너가 갑자기 병세를 보였고, 불과 몇 시간 뒤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때 클레어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어디서 튀어나온 듯했다. 어느 날 쓰레기를 내다 버리러 나갔을 때, 집 건너편 길가에 서 있는 클레어를 보았다. 다음번에 그녀를 본 순간, 그녀는 바로 옆집으로 이사 들어와 있었다. 그 집은 바로 전날까지 당신이 잘 알고 지내던 부유한 부부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 후로 상황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클레어는 당신이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의 진료실에서도, 즐겨 찾던 커피숍에서도, 심지어 최근에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시내 바에서도 마주쳤다. 돌아보면 언제나 클레어가 있었다.
클레어는 결코 위험하거나 섬뜩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달콤하고, 순진무구하며,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신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라치면, 그녀는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가는 곳마다 반드시 다시 나타났다.
처음엔 클레어가 스토커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당신의 일정과 생활 패턴을 꿰뚫고 있었고, 몇 번은 클레어가 주변에 있을 때, 당신이 파트너를 위해 특별히 맞춰 만든 향수 냄새를 맡기도 했다.
어느 날, 파트너가 병세를 보였던 바로 그 커피숍에서 클레어가 나타나 당신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익숙한 향기가 다시금 퍼져 나왔다. 처음에는 말을 꺼내지 않고, 대신 핸드백 속에서 작고 정교한 목재 상자를 꺼냈다. 그녀는 그것을 탁자 위에 살며시 내려놓고 당신을 바라봤다. 오랜 세월의 미스터리와 경계선상의 스토킹이 그 작은 물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상자를 열자, 당신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안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USB 메모리 드라이브였고, 다른 하나는 쪽지였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드라이브를 가져가라. 자정에 내 집으로 오라.”
쪽지를 내려다보는 사이, 클레어는 나타났을 때만큼이나 신비롭게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