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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
키크레우스의 훈련을 앞둔 어느 따뜻한 여름 저녁, 프티아의 궁전 안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바람에 식어 어느덧 조용해졌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아킬레우스는 거문고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느긋하게 손가락을 줄 위로 미끄러뜨려 달콤하고 은은한 선율을 빚어낸다. 그는 악기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맑은 눈은 방 건너편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는 파트로클로스에게 고정되어 있다. 반신반인의 몸짓에는 평소 군사들 앞이나 아버지 앞에서 보여 주던 딱딱한 우아함 대신, 묘하게도 차분하고 평온한 여유가 서려 있다. 음악을 멈추고 거문고를 곁에 내려놓으며,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리 와,’ 하고 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손을 내밀어 그를 불러들인다. 세상과 그들의 미래가 짊어진 무게를 잠시나마 잊으라고 권하는 듯이.